이번 일요일에 예정되어 있었던 It's not a Cinema #1 이한철 on RUF 가 우천 및 태풍 예보로 인하여 다시한번 연기되었다.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은(물론, 이런 분들이 대부분이다. 아니 사실은, 준비를 하고 있는 우리 스텝들을 제외하고는 모두일 듯 ^^;;), 비 조금 와도 위에 뭐 가리고 공연 하던지, 아니면 그냥 실내로 옮겨서 하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다. 두 번이나 연기하면서까지 비가 오면 취소(혹은 연기)라는 것을 고집해야 하냐고.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영상촬영이다. 모든 연출과 현장 운영은 영상에 맞추어져있다. 따라서, 영상에 맞추어진 연출을 무시하고 비를 막기 위해 천막를 친다던지, 실내로 옮겨서 한다던지 하게되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두 번의 연기에도 불구하고 이런 모든 상황을 이해해주고 아무 불만 없이(정말 없는 지는 모르겠으나 우리에게 들어온 불만은 없다… 고 믿고 싶다 ㅠ.ㅠ) 일정을 조정해 주시는 모든 스텝과 한철 형님께 감사드린다.
아무튼, 다시한번 연기가 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달래기 위해, 이번 공연을 위해 새로 시도한 운영메뉴얼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운영메뉴얼이 책 한권?
일반적으로 공연을 기획하고 올리다보면, 소위 '운영메뉴얼'이라는 것을 만들게 된다. 개인적으로도 보기도 하고 만들어보기도 했다.
지금까지 접해본, 그리고 직접 만들어 보았던 운영메뉴얼들을 볼 때마다 참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세하게 작성되는 운영메뉴얼은 공연 한 번에 아예 책 한권이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하이서울페스티벌같이 관에서 주도하는 페스티벌들은 의무적으로 운영메뉴얼을 만들도록 요청하고 있으며, 그 운영메뉴얼 역시 보통 두툼한 책 한권이 나온다.
운영메뉴얼을 만드는 기본적인 목적은, 말 그대로 '운영'할 때 필요한 내용들을 담아놓아, 현장에서 필요할 때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운영메뉴얼이 책 한권이면, 그 운영메뉴얼을 계속 들고 다니는 것이 가능할까? 스텝들이 가만히 앉아있는 것도 아니고, 셋업부터 철수까지 거의 계속 움직이는데 말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운영메뉴얼을 스텝들에게 배포하면, 한번 쭉 보고는(그것도 몇 명만) 들고 다니지도 않는다. 들고 다니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보기 불편하고 들고 다니기도 불편하다"
꼭 책 한 권 두께가 나오지 않더라도 마찬가지다. A4용지 다발역시 갖고 다니기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운영메뉴얼은 기록용 자료?
사실, 이런 불편함은 둘째 치더라도, 운영메뉴얼은 내용적인 면에서 굉장히 아이러니한 면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운영메뉴얼은 기획팀에서 작성한다. 운영메뉴얼에 들어가는 셋업관련 내용이나, 연출내용, 홍보물 관련 내용 등 대부분의 내용은 각 담당자에게 정보를 요청해서 작성하게 된다. 이렇게 작성된 운영메뉴얼은 각 팀별 필요 정보들을 한 곳에 모아놓은 꼴이 되는데, 여기서 아이러니는, 결국 각 담당자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덜 자세한(전달받은) 정보만을 싣게 되어 각 담당자들에게는 운영메뉴얼이 거의 아무런 필요가 없어진다는데 있다.
결국 대부분의 경우, 운영메뉴얼은 기획팀의 담당자 혼자 보게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냥 자기가 보려고 만든 꼴이 되는 것이다.
각 팀의 정보취합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운영메뉴얼은 '운영메뉴얼'이라기 보다는 '기록용 자료' 혹은 'check list'에 불과해진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홍보물 디자인이 꼭 있어야 하나? 티켓 디자인이 꼭 있어야 하나? 관객 출입구가 꼭 나와 있어야 하나? 화장실 위치가 꼭 있어야 하나?
공연마다 다르겠지만, 이러한 내용들은 대부분 공연장에 가서 한번만 둘러보면 바로 나오는 정보들이다. 티켓 디자인 몰라도 보면 티켓인 줄 다 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굳이 '운영메뉴얼'이라는 이름의 백과사전으로 만들어 현장 운영 스텝들에게 줄 필요가 있는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볼만한 운영메뉴얼을 만들어보자.
이러한 생각들로 인하여, 이번 우리 공연에서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새로운 형태의, 보기 편하고 들고 다니기 편한, 그러면서도 운영에 필요한 내용은 들어있는 운영메뉴얼을 꼭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했다.
1. 꼭 필요한 정보들은 들어가야 한다.
- 셋업부터 철수까지의 일정, 스텝리스트(대표), 리허설 일정, 식사관리, 주차관리, 그리고 뒷풀이까지. 스텝들이 공연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조망할 수 있고, 궁금해 할만한 내용은 다 들어가야 한다.
2. 한 장에 요약되어야 한다.
- 아주 세세한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거의 모든 정보가 한 장에 나타나야 한다. 그래야 접어서 갖고 다니면서 필요할 때 편하게 볼 수 있다. 구겨서 갖고 다녀도 무방하다.
3.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 깨알같은 글씨로 칸을 나눠서 가득 채워 한 장에 모든 정보를 넣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말 그대로 한 장에 넣었을 뿐, 보기가 너무 힘들어진다. 그림 등을 이용하여 한 눈에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러한 고민을 갖고 운영메뉴얼 작성에 들어갔다.
작성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엑셀부터 열고 일정을 그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다음으로, 차트형식으로 그려보기 시작했다. 생선뼈 모양의, 순차적인 작업들을 쓰기 좋은 모양새의 차트를 활용해 보았다.
만들어놓고 보니, 이건 뭐 시간의 흐름도 보이지 않고 읽기도 힘들다. 좌우로 너무 길기도 하고.. (그래서 만들다 말았다)
그래서 조금 다른 시도를 했다. Keynote를 열고 그림을 최대한 활용해 보기로 했다. 업무들이 시간 흐름으로 보이면 좋을 것 같아 시간 순으로 그림들을 배치해 보았다. 시간도 시각적으로 보이도록 시계 그림으로 넣었다.
그런데, 이것도 눈에 안들어왔다. 시간의 흐름은 여전히 눈에 잘 들어오지 않으며 그냥 흩으러진 느낌이다. 그리고 담당자나 필요한 내용들을 써 넣을 공간도 없었다.
그 다음 시도한 것이 다음과 같은 모양이다. 일단, 시간의 흐름이 눈에 잘 들어왔다. 보충 내용들도 넣을 공간이 있었다. 보충 내용들은 마인드맵 형태를 사용했다.
일단은, 현재까지 시도했던 것들 중 가장 마음에 든다.(실명과 전화번호 등의 내용을 가리니.. 좀 지저분해 보인다 ^^;;)
이번 공연은 규모가 작은 공연이고, 그렇기에 들어갈 내용이 그리 많지 않다. 아마도 그래서 네 번만의 시도에서 그래도 이번 공연에는 쓸만한 모양새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당연히, 이 모양새가 최선은 아닐 것이다. 앞으로도 운영메뉴얼을 작성하는데 있어서 더 편하고 효율적인 모양새를 지속적으로 고민할 것이다. 누구든 함께 해주면 참 좋을텐데… ^^
2011년 6월 25일 토요일
2011년 6월 7일 화요일
공연후기#3 : 페스티벌 BO:M 중에서 < 웃는소를 기다리며 > By 한스페터 리쳐

지난 3월22일 부터 4월 17일 까지 서울 각지에서 열렸던 페스티벌 봄에서 한스페터 리쳐의 <웃는 소를 기다리며>를 보고왔다.
종로구 원서동의 어느 작은 가정집에서 펼쳐진 매우 흥미로웠던 이 공연에 대해 포스팅해볼까 한다.
우선 딱딱하게나마 공연의 기본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캐나다의 사회학자, 어빙 고프만(Erving Goffman)을 잠시 들먹이고자 한다. 그의 저서 < Presentation of self in everyday >에서 '모든 사람'들은 다른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자신 만의 어떤 인상을 만들어낸다고 했다. 그래서 인간의 모든 행동은 마치 배우라는 가면을 쓰고 공연하는 것 처럼 연극적이라고 했으며, 우리는 삶을 영위하는 모든 공간을 마치 커다란 공연무대처럼 사용한다고 했다. 이러한 관점은 '공연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할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지적이다. 결국 공연이라는 것은 < '특수한 공간'에서 벌어진 '특수한 사건'의 관찰 > 이 결코 아니며 우리생활과 아주 밀접해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커피숍에 앉아서 어떠한 무리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잠깐 씩 들려오는 이야기 만으로도 너무 재미있을 때와 같은 상황이다. 그럴 때 나는 나름대로 대화를 엿들으면서 그들의 공간을 가상의 프레임으로 가두고, 어디선가 지켜보는 하나의 관객이 되어본다- 이것이 아주 재밌는 연극 한 편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나 역시 누군가에게 관찰되어지는 하나의 배우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자명한 사실이다. 우리는 사회라는 공연무대에 존재하는 배우임과 동시에 관객인 것이다.
내가 만드는 공연
그렇다면 관객이 참여하는 공연 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최근 INTERACTIVE의 시대를 맞이하여, 문화계 전반에서 '소통과 상생'이 라는 문구를 자주 접하게 되지만, 과연 내가 그들과 INTER-ACTIVING 하고 있는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어졌다고 해서 혹은 배우가 나를 무대로 이끌어내어 무언가를 행동케 했다고 해서 그들과의 소통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물리적 경계를 허물기' 와 단순한 '관객 참여'에는 내적소통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내가 '관객인 동시에 배우가 되는 환경'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면 매력적인 상황일 것이다. 그야말로 관객 스스로가 지금 일어나는 사건의 발단, 과정 그리고 결론을 좌지우지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한스 페터 리쳐의 <웃는 소를 기다리며>가 이런 지적에 대한 매우 유쾌한 고민이었다. 우리 모두가 배우 였으며 우리가 그 시간에 벌어진 어떠한 사건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우리가 원서동의 어느 가정집에 도착했을 때, 한스페터리쳐는 문앞에서 우리를 맞이하였다. 그는 마치 초대된 손님들을 다루듯, 우리에게 자신은 이 집에 살고 있는 박잉란(PARK ING LOT)이라는 어느 한국인 여성에 대해 연구중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집에서 그녀가 북한의 스파이 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전했으며 그 집에서 발견한 여러가지 증거들과 정황들을 설명하기 위해 우리를 집안으로 이끌었다. 집안에 들어선 그는 그가 발견한 몇가지 사실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그 증거자료들를 보여주었다.
박잉란씨는 어쩌구 저쩌구..중략 듣다보니 도대체 그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우리에게 하고 있다. 이건 무슨말인지 도통 알수가 없네 이 친구…하고 있을 그 때, 갑자기 아주 재미난 사건이 벌어졌다. 관객한명이 그에게 질문을 던진 것이다. '어쩌구 저쩌구 하셨는데 그럼 여기 걸린 이건 뭐죠?' 이 때 부터 그의 이야기는 아주 삼천포로 빠지기 시작하며 더더욱 알수없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온통 의문점 투성이인 그의 장난스런 설명에 이제 궁금증을 참을 수 없는 관객들이 다양하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설명하지 않는 그는 그럼에도 거침없이 내뱉기 시작한다. 화려한 언변으로 그 대답을 잘 피해나가면서-
처음부터 눈치빠른 관객은 알았겠지만 그 집에 살았던 스파이였다고 그가 주장하는 박잉란 씨는 영어 철자가 PARK ING LOT, 즉 Parking Lot 이다. 또한 사건에서 중요한 개념이 되는 어떤 책에 대해 한참 설명한 뒤 그 책의 제목은 bullshit (개소리)라고 말해버린다.

(그의 집에서 발견되었다 주장하는 손수건, 세계에 단 3장이 있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함)
INTERACTIVE : 포럼 연극
그는 우리에게 무엇을 전달 하고자 했을까? 결론적으로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가 그를 만나서 그의 bullshit을 들으면서 질문을 던지고 함께 '그날의 사건'을 만들어내는 동안 우리의 대화와 정황은 어떠한 결론도 가져다 주지 않았다. 그는 허구와 진실을 오락가락 하며, 만들어낸 이야기가 하나의 맥락을 만들었다가 또 사라졌다. 오히려 더 중요한 사실은 그 '거세된 맥락속의 사건'은 분명 그와 우리가 함께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브레히트(Bertolt Brecht)는 무대 라는 환상을 깨기 위해 과감히 원근법을 포기했지만 무대형태로는 여전히 프로시니엄을 고수했다. 그래서 '소외효과(Verfremdungseffekt)'를 통해 관객이 공연을 철저히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성찰할 수 있게 했더라 하더라도, 이런 형태의 공간 구성에서 무대/객석의 분리는 여전히 존재하였다. 그에 따라 능동적이고 활발한 관객 참여, 즉 INTERACTIVE는 한계점을 보였었다. 그러나 한스페터 리쳐의 공연을 살펴보면, 공연의 공간은 완전하게 투명해졌다. 무대적 환상과 관객/무대의 경계를 나누던 제4의 벽은 무너졌으며, 그 날 그 날의 관객에 따라 새로운 맥락을 통한 그 날 만의 사건이 발생했음을 예측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그 날의 공연을 길게 만들 수도, 엉망이 되게 할 수도 있었으며, 어마어마한 반론을 제기하며 그를 당황시킬 수도 있었던 위대한 존재였다.
포럼연극의 창시자인 아우그스토 보알이 말하길 '모든 인간 사회는 일상 속에서 다양한 볼거리를 내놓으며, 의식하진 못하지만 인간관계는 늘 연극적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공간의 사용이나 몸짓 언어, 단어 선택, 억양, 사상과 감정대립등이 모두 하나의 연극이라는 것, 그것은 단지 춤을 추거나 노래를 할 때가 아니더라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회의를 하며, 누군가와 사랑을 하고, 어딘가를 걸어갈 때도 모두 적용된다고 하였다.
한스페터 리쳐는 우리의 인간의 일상적 COMMUNICATION이 매우 연극적인 것들임을 알고, 연극이 일부러 환상을 만들어내지 않고도 우리가 대화하고 공감하는 것을 공연으로 조명하여, 억지로 무대가 관객과 소통하려는 장치 없이도 우리를 자연스레 함께 공연을 이끌어내야만 하는 동반자로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그는 이 소통의 조타수로써 이런 발칙한 실험을 매우 유쾌하게 전달하고 있다.
By doroomu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