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 번의 Opening Party - Hello! IN THE B가 끝나고 이제 10일 정도가 지났다.
오프닝 파티를 준비하면서, 그리고 오프닝 파티에 와주신 많은 분들의 질문과 의견을 듣고 앞으로 우리가 어떠한 것들을 어떻게 해 나아가야 할지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만들 '작품',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공연'에 대한 설명은 앞의 진경환씨의 오프닝 파티 후기에서 잘 나타났기에, 오늘은 우리의 미션인 Realization of Imaginable Imagination에 대한 사업적인 접근 방식에 대하여 풀어보려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경제학자인 스티븐 레빗이 그의 책 <슈퍼괴짜경제학> 서문에 썼던 말을 그대로 인용하며 본격적으로 글을 시작할까 한다.
"우리는 대화를 시작하려는 것이지 우리가 옳다고 우기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스티븐 레빗, 스티븐 더브너, <슈퍼괴짜경제학> p.38, 2009)
- 사업 모델로서의 B
우선, 사업 모델로서의 B는 어떠한 것들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것부터 짚고 넘어가자.
구글을 빼놓지 않을 수 없다. 구글은 기존의 검색 업체들이 진행하던, '사용자가 우리 사이트에 오래 머물러야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반기를 들었다, 구글은 "사용자가 구글 사이트에서 최대한 빨리 빠져나가야 한다"는 사용자 중심의 생각으로 새로운 온라인 광고 기법을 만들어냄으로써, "광고가 늘어야 수익이 는다" 와 "사용자는 광고를 보기를 원치 않는다" 는 모순을 풀어내었다. (김영한, <창조적 습관> p.78, 2007) 그럼으로써 기존의 A였던, 검색사업자들이 포털사이트로 발전하던 사업모델에서, 그들의 모델을 또다른 A로 만들어 내었다.
Apple의 App Store도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사실 스마트폰이 나온 지는 오래되었다. 아이폰 이전에도 이미 몇가지 종류의 스마트폰이 존재했으며, PDA시장도 있었다. 스마트폰 수요가 아이폰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한 데에는 App Store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기존의 폐쇄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에서 벗어나 누구나 개발킷만 받으면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는 시장이 되었고, 누구나 어플리케이션을 팔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조건의 변화로 수 많은 어플리케이션들이 만들어졌기에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Apple은 이렇듯 기존의 A였던 피처폰 중심의 시장 구조에 App Store라는 B를 내 놓으며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폰 시장인 A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 외에도 스타벅스로 대표되는 커피전문점 시장, 음원으로 대체되고 있는 S/W 시장, 온라인 판매의 새 장을 연 ebay등 새로운 사업모델 B가 A로 올라선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오히려, 이렇게 B들이 A가 되어가는 과정 자체가 세상이 바뀌어 가는 모양새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 우리가 던지는 질문들
이렇듯 세상은 끊임없이 B가 새로운 A가 되면서 변해가고 있는데, 과연 우리 나라의 공연 산업은 어떻게 변해왔을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우리 나라의 공연 산업에는 변화가 너무 없는 듯 하다. 공연 제작 방식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변화가 없으며 홍보 방식에도 변화가 없고, 티켓 판매 방식에도 변화가 없다. 게다가 행해지는 공연들의 종류에도 별 변화가 없다. 단지, 공연 시장이 조금 커졌고, 공연기획사들이 많아졌을 뿐이다.
물론, 지금까지는 공연 산업의 성장기였으니 변화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는 속도에 비하면 공연 산업은 너무나 변화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가장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해야 할 산업 중 하나인 공연 산업이 가장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연 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 수 있을까?
모든 변화는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럼 우리는 공연 산업에 어떤 질문들을 던지려고 하는가?
(1) 가격
- 좌석 등급
요즘 공연 예매를 하려고 보면, VIP석 뿐만 아니라 VVIP석, SR석 등 새로운 이름의 좌석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새로운 좌석 등급이 생기는 거야 그렇다고 하자. 그런데, VIP석이 너무 많다. 심지어 어느 공연은 공연장을 가면 1층의 2/3가 VIP 석이고 나머지 1/3은 모두 R석인 경우들도 있다. 처음 VIP석들이 생기기 시작할 때에는 정말 R석 중에서도 가장 좋은 자리 몇 줄 정도만 VIP석이었다. 한 층의 2/3가 VIP석이라면, 그게 과연 VIP석인가? 이제는 예전 R석이 VIP석이고, 예전 S석이 R석이 되어버렸다. 가격은 이름값 따라 올라가고. 이건 변화가 아니라 관객 기만이다. 좌석 이름만 VIP석이면 관객들이 자신이 VIP라는 생각이 들 거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 제작비
많은 제작비를 들여 최고의 음향과 최고의 조명,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려는 공연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과연, 관객 중의 몇 퍼센트가 정말 최고 수준의 하드웨어가 보여주는 음향이나 조명을, 최고는 아니지만 들을만하고 볼만한 음향이나 조명과 구분할 수 있는 지가 의문이다. 그리고 과연, 그 몇 퍼센트의 사람들만을 위하여, 물론 그 사람들 만을 위한 공연이라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에 그 많은 돈을 들여서 최고의 수준을 만들 필요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공연 제작비는 고스란히 티켓 가격으로 돌아온다. 하드웨어의 수준을 조금만 낮추면 제작비는 눈에 띄게 줄어든다. 모든 것들이 그렇듯, 최고 수준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냥 '좋은' 수준에 비해 매우 많은 돈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그 돈을 아껴 티켓 가격을 대폭 낮추고 다수 관객의 눈높이를 맞추어 주는, '최고'의 수준이 아닌 편하게 볼 수 있는 '좋은' 공연의 시장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최근 일반 PC로 녹음해서 온라인 상에 무료로 공개되는 음원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 음원들을 들어보면, 귀가 까다로운 사람들이나 전문가들은 알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억을 들여 녹음한 음원과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는 점을 상기해보자.
- 공연장에 따른 가격
대규모 극장에서는 일반적으로 티켓을 비싸게 판다. 제작비가 비싼 것이 이유이다. 그런데 과연 대규모 극장이 공연의 감동을 전달하기에 좋은 선택인가? 물론 대극장에서 해야만 그 감동을 전달할 수 있는 작품들도 있다. 하지만, 굳이 큰 공연장이 아니어도 될 공연들이, 아니 오히려 작은 공연장에 더 어울리는 공연들이 큰 공연장에서 공연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일반적으로 대극장보다 소극장이 훨씬 관객과의 인터렉티브도 강하고 느껴지는 감동도 크다. 그런데 왜 소극장 공연은 싸고 대극장 공연은 비싸야 하는가? 가격은 시장에서, 관객들이 느껴지는 감동으로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너무 제작사 측의 조건에 의하여 결정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생각해 보아야한다. 관객 예상 만족도 보다는 BEP를 산정하여 티켓 가격을 정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
(2) 홍보
우리 나라에서 이루어지는 공연 홍보 방식을 보면 너무 천편일률적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같은 매체를 이용한다고 해도 너무 같은 방식으로만 해당 매체를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의문을 가져봐야 한다.
가장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홍보인 포스터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기본적으로 포스터를 붙이는 행동의 효과에 대한 의심은 차치하고, 포스터의 구성을 살펴보자. 이런저런 디자인에 공연 제목, 날짜, 시간, 주최, 주관, 홈페이지, 예매정보 등이 나와있다. 길거리를 가다가 공연 포스터를 보고 이 내용들을 꼼꼼히 읽어 본 적 있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혹시라도 자신이 관심있는 공연 포스터가 보이면 "어? 이런 공연하네?"라고 기억해 두었다가 온라인에서 정보를 찾아본다. 포스터 자체에서 정보를 얻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다들 꾸역꾸역 정보들을 쑤셔 넣는 것인가? 그리고 포스터에 반드시 공연 제목이 들어가야 하는가? 포스터는 기본적으로 '홍보물'이다. 포스터를 보고 공연을 보러 오도록 만드는 것이 기본 목적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제목 없이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강력한 이미지, 혹은 강력한 헤드라인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일단 온라인에서 찾아보고 싶게만 만들면 거기서 충분히 정보를 전달할 수 있으니 말이다.
(3) 서비스
공연장에 가서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일부 VIP 대상 서비스가 있기는 하지만 극 소수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요즈음 왠만한 공연들은 R석이 10만원이 넘는다. 1인당 10만원이면, 특급호텔을 가도 2,3시간 이상을 극진한 서비스를 받으며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아무런 서비스도 받지 못하면서 왜 아무런 불평을 제기하지 않는가? 아니, 1인당 10만원이 넘는 돈을 받으면서 왜 관객들을 위한 서비스에 신경쓰지 않는가?
공연에서 아티스트, 하드웨어, 공연 내용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관객이 없으면 공연은 올라갈 수 없다. 그런데 왜 관객에게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가?
서비스를 개선하려면 소위 '고객의 여정'이라는 것을 시나리오로 써 보라는 말이 있다. (팀 브라운, <디자인에 집중하라> p.144, 2010) 관객이 공연의 정보를 접하는 순간부터 공연을 보고 공연장을 나서 집에 도착하는 순간까지의 여정을 적어보면 공연을 기획함에 있어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 포인트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4) 수익원
일반적으로 공연의 수입은 티켓가격 x 좌석 수로 결정된다.
여기서 일단, 관객들의 오해를 하나 풀어야겠다. 공연이 매진이면 과연 대박일까?
아주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1,000석 공연장에 티켓 평균가가 5만원이었다고 가정해보자. 초대권 한 장 안뿌리고 모두 팔았다고 해도 매진이면 5천만원이다. 그런데 1,000석짜리 공연장에 올리는 공연의 제작비는 얼마나 들까? 그냥 일반 대중가수 콘서트라 생각하고 준비기간 약 3개월 치면, 3개월간 연출비, 연습비, 인건비, 음향, 조명, 무대 디자인, 설치비, 그리고 아티스트 개런티, 밴드, 안무팀 개런티 등. 일반적으로 '대박'이라고 부르는 것이 얼마인지 몰라도, 절대 공연 한번에 '대박'이 나지 않는다.
이것은 공연기획자라면 모두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티켓 이외의 수익원을 찾을 고민을 너무 안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5) 브랜딩
좋아하는 공연기획사가 있는가? 아니, 이름을 알고 있는 공연기획사가 있는가?
관객들은 주로 아티스트를 보고 관람할 공연을 선택한다. 가수가 누군지, 감독이 누군지 등.
과연 이것이 우리가 당연시 해야 하는 것일까? 기획사들이 아티스트 중심의 시장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하다보니 이러한 현상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람들이 아티스트를 따라 가는 시장은, 기획사에게는 자신의 이름을 알릴 기회를 날리는 것이고, 관객들에게는 기획사가 참신하게 기획한 새로운 공연을 볼 권리를 없애는 것이다.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하는 시장은 물론 중요하고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또다른, 정말 참신하고 새로운 공연을 제작하여, 사람들에게 좀 더 다양한 공연을 보여주는, 그래서 사람들이 '아 저 기획사가 또 새로운 것을 만들었구나' 라고 생각하게 해 줄 수 있는 시장도 만들어 주어야 하지 않을까.
- 대화를 나누자
이 외에도 우리가, 기획자의 입장에서 고민해야 할 것들은 많다. 관객들이 공연장에 와서 기다리는 시간을 어떻게 채워줄 것인가, 과연 현재의 티켓 판매 시스템에 문제는 없는가, 공연이라는 것이 갖고 있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등.
우리 나라는 공연 사업을 하기에 매우 큰 제약이 있다. 기본적으로 작은 국토와 적은 인구이다. 일단 관객 수 자체가 적은 것이다. 하지만 제약이 있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제약이 있기 때문에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것이라 했다.(노경원, <생각3.0> p.36, 2010)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은 한 때는 고객서비스가 형편없는 곳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곤 했지만, 이제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촛점을 맞추고 있다고 한다.(리처드 브랜슨, <비즈니스 발가벗기기> p.116, 2010) 재미있게도 현재 우리 나라의 공연 산업은 고객서비스가 형편없는 곳이기도 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산업이기도 하다. 즉, 굉장히 매력적인 산업임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이제 공연 산업의 고인 물인 A들 사이에 새로운 B들이 등장할 때가 되었다. 아니, 솔직히 늦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보고 우리는 안그렇다, 어느어느 회사도 그런거 바꾸려고 하고 있다고 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분명히 있다. 그런 분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우리도 힘을 모아 새로운 B를 찾아 A로 만드는 작업을 하려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우리도 아직 많이 부족하다. 우리가 하려는 것은, 우리가 질문을 던질테니 다 함께 새로운 B를 찾아 현실화 시키자는 것이다. 그래서 여러 분들이 함께 해 주시기를 바란다. 모든 반론 및 의견 대환영이다. 이를 위해 우리의 온라인 채널, 오프라인 모임 등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이제부터 IN THE B와 함께 대화를 나누어 보지 않겠는가?
by Chiehwan
완전 잘 읽었습니다!!
답글삭제저도 긴 기간은 아니지만 3년 정도 공연 스텝으로,
공연산업에 몸 담고 있으면서 느꼈던 불만들이
명쾌해지는 기분이네요,,
저도 IN THE B와의 대화에 동참하고 싶습니다!
- amberin / 양성규
제가 어디를 좀 다녀오느라고 이제야 댓글을 쓰네요~ 감사합니다~ 우리 함께 많은 대화를 나누어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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