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15일 화요일

연출노트#1 - 공간채우기 / 공간비우기

하나의 공간을 '공연의 특수한 공간'으로 만들 때,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은
어떤 의미적 객체들로 그곳을 채워내는가 하는 것이다.
공간 위의 핵심오브제를 아낌없이 꾸며주기 위해 음악과 드라마, 영상, 조명, 각종무대장치 등 컨셉이라고 불리는 하나의 통일 된 주제 안에서 녹여 내려고 노력한다.
그러면서 그 공간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거대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럴 때 자주 발생하는 문제점은, 그 주변객체들이 서로 어울리지 못하는 것은 둘째치고,
그 핵심오브제를 꾸미지도 못하는 상황의 발생이다.
가령, 살아있는 낙타들을 보려고 오페라 투란도트를 보러온 사람은 없다.
만약 그렇다면 동물원에 가라- 하지만 당연히 그 낙타들이 멋진 투란도트를 구성하고있다.

만약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것'을 사람들이 신기해하고 보고 싶어한다고 해도,
'공연의 특수한 공간'에서 그것을 보고 감동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은 그것이 '핵심오브제's 주제'를 잘 실현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제발, ‘코끼리의 냉장고출입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같은 맥락으로 공간이 채워져서는 안될 것이다.

의외로 공연에서 자극이 일어나는 순간은 단순하다.
기대하는 가치의 보편적인, 의외성을 지닌, 완벽한 구현, 그 구현이 기대한 가치 그 이상을 제공할 때 우리는 자극된다.
수천만원어치의 불꽃레이져멀티미디어영상쇼 의 자극과
만약 자기 전 내 침대에 걸터앉아 노래를 불러주는 데미안 라이스 오빠……의 자극 사이에서
무엇이 더 ‘감동적이다’ 말할 수 있는가 ?
라면서 지금 이렇게 극단적 예를 드는 건
자극은 공간을 채우면 더 자극된다고 만은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극을 만드는 또 한가지의 방법을 생각해보자-


빈공간, Espace vide


세계적인 공연연출가 Peter brook은 그의 저서 <빈공간>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을 가상하고, 그 공간을 빈 무대라 불러보기로 하자. 
어떤 이가 이 빈 공간을 가로지르고 어떤 이가 그 행위를 보고 있다면, 
이것만으로도 하나의 연극 행위로서의 구성요건은 충분하다. »

공연에서 공간을 비운다는 것이 공간이 비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1+1+1 = 3 이 아닌 곳이 바로 무대이며, 그 공간을 채워야 하는 핵심오브제's 주제라는
‘이미지’ 를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 선택된 완벽한 의미적 객체는 아주 충분한 구성요건임은 물론이며, 수치화 할 수 없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예전에 IN THE B가 생각하는 공연에 대한 정의 (Pradier, 현장 속의 실천 그리고 실행 http://blog.cuintheb.com/2010/12/open-party.html )와 마찬가지로,
Peter brook이 ‘어떤 사람이 지나가고 다른 사람이 그것을 지켜본다면
그것으로 이미 공연이 시작되기에 충분하다’고 말한 것은-
‘지켜보는 다른 사람’이 바로 관객, 즉 관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지나간 그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중음악공연의 공간을 한번 살펴보자-
‘컨셉 이라고 일컬어지는 주제’의 구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음악’이 1+1+1 들에게 되려 공격을 받고
‘지켜보는 사람이 지나가는 사람을 관찰하는 것’ 을 방해 하고 있지는 않은지-

더불어 무대는 불을 밝히면 더 잘보이고, 소리를 키우면 더 잘들린다 는 사고방식으로 공간구현에 접근해서는안될 것이다.
비우는 것이든, 채우는 것이든, 공간을 구현할 때 사고의 방향이 가장 중요하다. 글씨를 키우면 더 잘보이지 가 아닌, 더 잘 눈에 띄려면 글씨를 키워야할까 줄여야 할까 와 같은 고민의 방향을 갖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between two silences'라는 책에서 내가 좋아하는 peter brook의 글을 인용하면서 연출노트1 을 마친다.


"관객이 극장에 오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특정한 경험을 하고싶어서다. 경험은 그걸 직접 겪었을 때만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정말 맞는다면 연극에 있어서 침묵은 연극의 밀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전 세계의 모든 형식의 연극, 전통이 다른 모든 연극, 종류가 다른 모든 연극에서 정확하게 같은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관객은 마음에 소용돌이를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다...감동을 받는 순간 특정한 현상이 발생한다....많은 사람이 하나가 되는 순간, 거기엔 침묵이 있고 침묵은 손에 만져질 듯하다. 그것은 공연이 시작할 때 존재했던 일반적인 침묵과는 다른 침묵이다."
'between two silences 중에서'

By doroomuk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