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작되는 공연에서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비중은 매우 절대적인 듯이 보인다. 클래식함의 대명사인 고전 오페라를 포함하여, 무용, 뮤지컬, 음악공연, 연극 등에 영상매체에 대한 비중은 날로 커져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것은 영상매체의 발달과 더불어 '이미지'가 세상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는 것을 사람들이 인식하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이미지'라 함은 어떤 책을 읽었을 때, 텍스트가 머리 속에서 하나의 그림처럼 연상되는 것이다.
또한 코카콜라를 생각할 때 Red를 떠올리거나, 핵전쟁을 상상할 때 많은 사람들이 히로시마 원폭투하장면을 머리 속에 그리게 되는 것들이다.
'이미지'는 그것이 아무리 한 장의 사진이라고 할지라도, 수십 페이지의 텍스트와 같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인데,
공연에서 몇 번의 대사보다, 한번의 '이미지'가 더 강렬하고 효과적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오페라, 연극 연출가로 잘 알려진 로버트 윌슨(Robert Wilson)의 공연을 사람들은 '이미지 연극'이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그가 공연의 이야기 구조를 풀어가는 방법으로 텍스트를 거부하고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서 하나의 '이미지'로 귀결,종합,단일화 시켜 보여주기 때문이다.
Robert Wilson, < Der Freischütz >, Baden-Baden, 2009
"윌슨의 공연은 플롯과 캐릭터 '중심'에서 벗어나 철저히 스펙터클에 비중을 두는데, 이는 인습적인 이야기 구조를 타파하고 공연이 '재현'의 예술이라는 것을 부정한다.
이 시대에는 너무나 많은 이야기와 이미지들로 가득 차 있기에 공연이 더 이상의 '재현'을 생산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연극 제2권 252 >

Robert Wilson, < Shakespeare's Sonnets >, Berlin, 2009

Robert Wilson, < Einstein on the Beach >, Paris, 1992
다시말해, 윌슨은 전통적인 매체로의- 드라마, 댄스, 오페라, 비주얼 아트, 퍼포먼스, 비디오 등을 자신의 작품 안에서 새롭게 조합 시키면서, 심지어 연극이 더 이상 연극이 아닌 무언가가 되게 해버린다.
매체적 특수성- Medial specialty 그리고 상호매체성 intermediality
매체적 특수성이란, 그것이 미술이거나 영화거나, 무엇이던지 간에 자신의 고유한 특성과 법칙을 가장 잘 활용할 때 미학적 가치가 있는 작품이 탄생된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미술은 미술다워야, 영화는 영화 다워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나아가서, 로버트 윌슨의 '탈 장르적' 혹은 '복합장르적'인 시도처럼, 매체적 특수성이 잘 활용된 각각의 예술매체들을 하나의 압축된 '이미지'로 이용하여 사람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제공해야한다는 것이 바로 상호매체성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공연에서 빈번한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사용은 분명 '상호매체성 활용' 의 좋은 예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공연매체가 자신의 명확한 '이미지'를 창조해내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 영상만이 할 수 있고, 공연은 할 수 없는- 영상매체의 특수성을 공연 안에 포함시킴으로서, 공연을 더욱 풍성하게, 나아가 공연이상의 무언가로 발전되게하기 때문이다.
태양의 서커스 < KA > 와 < TOTEM >의 연출을 맡았던 퀘백출신의 Robert Lepage는 특히 공연을 만들 때, 영화라는 매체를 매우 잘 활용하기로 유명한데, 그는 영화라는 수단을 알고 있는 관객들은 이야기가 영화처럼 비약적으로 서술되는 것에 익숙해져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선형적 리듬이 아닌 영상매체에서 자주 사용되는 연상과 비선형, 몽타주 서술방식, 스타카토식 리듬등 이 디지털 매체시대의 공연관객의 인지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Robert Lepage, < 1984 >

Robert Lepage < Ring of the Nibelungen >
분명 Robert Lepage의 작품처럼 '영화가 공연에 닿아 있는 것'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으며 나아가서 회화가 잘 결합된 Peter Greenaway의 영화라던가 혹은 음향적인 건축이라던가 아주 쉽게 말해서, 그림책은 글 책보다 '상호매체적이다' 라는 개념에서, 매체는 서로 닿아서 더욱 풍요로워 질 수 있는 가능성을 가졌고, 그 안에서 얼마나 매체특수성을 활용하고 고민하는가에 따라 그 매체는 자신 이상의 무언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여기서 IN THE B는 '영화가 닿아있는 공연'이 아닌 '공연이 닿아있는 영화'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보여질 영화가 연극적이고, 현장성있는 상상을 통해 구현한다는 것은 꽤나 해봄직한 일인 것이다. 나아가 그 영상물은 어쩌면 영상물이 아닌 '공연이라는 매체의 특수성'이 잘 살려진 채로 하나의 명확한 '이미지'로 귀결할 수 있는 영화가 되었을 때 그건 단지 영화가 아닌 어떤 것이 될 수 있다고 충분히 가정해 볼 수 있다.
'< 그랑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 ' 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4월말쯤 공개될 것이다.
By Doroom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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