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다짜고짜 영상 하나 보고 시작하자.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이 농구공을 몇번 패스하는지 세어보면 된다.
이 영상은 굉장히 유명한 영상으로 아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을 것이다. 아는 사람들은 이 테스트를 처음 접했을 때를 떠올려 주기 바란다.
고릴라를 보았는가? 솔직히, 나는 봤다. 하지만 경환군은 보지 못했다.
고릴라를 보지 못했다고 해서 무슨 문제가 있거나 잘못된 것은 절대 아니다. 지극히 정상이다.
이 실험은 불완전한 우리의 인지능력에 대한 실험이다.(이 실험에 대해 더 궁금한 사람은 http://www.theinvisiblegorilla.com 를 방문하거나, [보이지 않는 고릴라] 라는 책을 보기 바란다)
이 실험에서 약 50%의 사람들은 고릴라를 보지 못한다.
우리는 우리가 보는대로 인지하지 못한다. 우리는 보이는 것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 인지한다. 인지 자체가 보는대로 되지 못하니, 기억은 더더욱 사실과는 거리가 멀 가능성이 높다.
오늘 이 실험에 대한 얘기를 꺼낸 것은, 책에 대한 내용을 쓰고자 함은 아니다.
어쩌면, 이러한 우리의 인지 능력 결함이, 우리가 평소에 새로운 생각을 해내기가 힘든 것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글을 쓰게 된 것이다.
고릴라는 새로운 기회
새로운 생각, 새로운 Trend, 알지 못했던 불편함 등… 우리는 이러한 것을 찾아내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정작 이러한 것들을 찾아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왜 그럴까?
잘 생각해보자. 성공적으로 사람들에게 인정받은 새로운 생각이나 제품들을 보고
"이야… 진짜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이런게 세상에 있었어?"
라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얼마나 되는가?
사실 별로 없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생각들은 대부분 무에서 유가 창조되는 부류가 아니다. 대부분은 이미 현실에 존재했던 것들이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도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쳤던 것을 누군가가 인지하여 그것을 현실화 시킨 것이다.
우리 눈 앞에서 유유히 걸어나와, 가슴까지 두드리고 들어간 고릴라가 바로 이런 아이디어나 생각이 아닐까?
어쩌면, 세상의 새로운 가능성들은 이미 우리 눈 앞에서 자기들을 봐달라고, 아니 자기들을 인지해달라고 손을 흔들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고릴라를 보는 법
그렇다면, 그러한 기회들을 잘 알아채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연구를 수행했을 때, 참가자들이 예외사항이 나타나리란 사실을 알게 되자 모두 다 고릴라를 발견했다고 한다. 예외상황 자체가 집중의 대상이 된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예외상황에 집중하는 것이 완전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외상황에 주의를 기울이다보면 정작 중요한 일에서는 주의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 p.63)
예를 들면, TV프로 중에 옥의 티를 찾는 프로그램이 있었다.(지금도 하는지는 모르겠다) 우리가 평소에 TV나 영화를 보면서 옥의 티를 찾으려고 노력하면서 보면, 우리는 정작 TV나 영화의 내용은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해결책은 우리가 무언가에 집중할 필요가 없을 때, 즉 이동 중이거나 누군가를 기다릴 때, 혹은 잠시 쉴 때, 의도적으로 시선을 돌려보고 생각을 바꿔보고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다.
오늘 출퇴근하면서 떨어지는 낙엽을 본 적이, 아니 인지한 적이 있는가? 내일 낙엽을 생각하면서 길을 걸어보라.
맥주병에 써있는 "19세 미만 판매금지" 란 문구가 이상하지 않은가? 이 문구는 19세 미만은 맥주를 판매할 수 없다는 의미에 더 가깝지 않은가?
"심지가 곧은 놈"의 심지는 초의 심지인가? 초의 심지라면 실은 힘이 없어서 곧게 뻗어있을 수가 없지 않은가? (궁금하면 한번 찾아보시라. 어제 이 질문을 던졌을 때 함께 있던 6명 모두 저 심지의 정체를 몰랐었다. 창피하지만.)
아니면, 무언가 다른 것을 찾는 것에 집중하는 시간을 별도로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세상엔 고릴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실험의 연구자들은 이런 얘기를 했다.
"대상의 시각적 독특함보다는 당신이 내리는 순간순간의 예상에 따라 무엇을 보고 또 무엇을 못 볼지가 결정되는 것이다."([보이지 않는 고릴라] p.39)
즉, 우리가 다른 것을 보고자, 무언가 다른 생각을 하고자 하지 않으면, 아무리 큰 기회가 우리 눈 앞에 있어도 우리는 그걸 알아챌 수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 실험의 두번째 버전 영상을 보자.
고릴라를 봤다고 좋아하다가 뒤통수 맞았는가? 고릴라 한마리 찾았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세상엔 수 많은 고릴라가 있고, 게다가 세상에는 고릴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by Chiehw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