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공간을 '공연의 특수한 공간'으로 만들 때,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은
어떤 의미적 객체들로 그곳을 채워내는가 하는 것이다.
공간 위의 핵심오브제를 아낌없이 꾸며주기 위해 음악과 드라마, 영상, 조명, 각종무대장치 등 컨셉이라고 불리는 하나의 통일 된 주제 안에서 녹여 내려고 노력한다.
그러면서 그 공간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거대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럴 때 자주 발생하는 문제점은, 그 주변객체들이 서로 어울리지 못하는 것은 둘째치고,
그 핵심오브제를 꾸미지도 못하는 상황의 발생이다.
가령, 살아있는 낙타들을 보려고 오페라 투란도트를 보러온 사람은 없다.
만약 그렇다면 동물원에 가라- 하지만 당연히 그 낙타들이 멋진 투란도트를 구성하고있다.
만약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것'을 사람들이 신기해하고 보고 싶어한다고 해도,
'공연의 특수한 공간'에서 그것을 보고 감동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은 그것이 '핵심오브제's 주제'를 잘 실현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제발, ‘코끼리의 냉장고출입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같은 맥락으로 공간이 채워져서는 안될 것이다.
의외로 공연에서 자극이 일어나는 순간은 단순하다.
기대하는 가치의 보편적인, 의외성을 지닌, 완벽한 구현, 그 구현이 기대한 가치 그 이상을 제공할 때 우리는 자극된다.
수천만원어치의 불꽃레이져멀티미디어영상쇼 의 자극과
만약 자기 전 내 침대에 걸터앉아 노래를 불러주는 데미안 라이스 오빠……의 자극 사이에서
무엇이 더 ‘감동적이다’ 말할 수 있는가 ?
라면서 지금 이렇게 극단적 예를 드는 건
자극은 공간을 채우면 더 자극된다고 만은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극을 만드는 또 한가지의 방법을 생각해보자-
빈공간, Espace vide
세계적인 공연연출가 Peter brook은 그의 저서 <빈공간>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을 가상하고, 그 공간을 빈 무대라 불러보기로 하자.
어떤 이가 이 빈 공간을 가로지르고 어떤 이가 그 행위를 보고 있다면,
이것만으로도 하나의 연극 행위로서의 구성요건은 충분하다. »
공연에서 공간을 비운다는 것이 공간이 비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1+1+1 = 3 이 아닌 곳이 바로 무대이며, 그 공간을 채워야 하는 핵심오브제's 주제라는
‘이미지’ 를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 선택된 완벽한 의미적 객체는 아주 충분한 구성요건임은 물론이며, 수치화 할 수 없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예전에 IN THE B가 생각하는 공연에 대한 정의 (Pradier, 현장 속의 실천 그리고 실행 http://blog.cuintheb.com/2010/12/open-party.html )와 마찬가지로,
Peter brook이 ‘어떤 사람이 지나가고 다른 사람이 그것을 지켜본다면
그것으로 이미 공연이 시작되기에 충분하다’고 말한 것은-
‘지켜보는 다른 사람’이 바로 관객, 즉 관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지나간 그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중음악공연의 공간을 한번 살펴보자-
‘컨셉 이라고 일컬어지는 주제’의 구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음악’이 1+1+1 들에게 되려 공격을 받고
‘지켜보는 사람이 지나가는 사람을 관찰하는 것’ 을 방해 하고 있지는 않은지-
더불어 무대는 불을 밝히면 더 잘보이고, 소리를 키우면 더 잘들린다 는 사고방식으로 공간구현에 접근해서는안될 것이다.
비우는 것이든, 채우는 것이든, 공간을 구현할 때 사고의 방향이 가장 중요하다. 글씨를 키우면 더 잘보이지 가 아닌, 더 잘 눈에 띄려면 글씨를 키워야할까 줄여야 할까 와 같은 고민의 방향을 갖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between two silences'라는 책에서 내가 좋아하는 peter brook의 글을 인용하면서 연출노트1 을 마친다.
"관객이 극장에 오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특정한 경험을 하고싶어서다. 경험은 그걸 직접 겪었을 때만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정말 맞는다면 연극에 있어서 침묵은 연극의 밀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전 세계의 모든 형식의 연극, 전통이 다른 모든 연극, 종류가 다른 모든 연극에서 정확하게 같은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관객은 마음에 소용돌이를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다...감동을 받는 순간 특정한 현상이 발생한다....많은 사람이 하나가 되는 순간, 거기엔 침묵이 있고 침묵은 손에 만져질 듯하다. 그것은 공연이 시작할 때 존재했던 일반적인 침묵과는 다른 침묵이다."
'between two silences 중에서'
By doroom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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