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2일 수요일

공연 티켓 가격 결정의 새로운 방식 - 자동할인 시스템

요즈음 '스마트 프라이싱' (자그모한 라주, Z.존 장 지음. 2011. 럭스미디어)이라는 책을 아주 재미있게 보고 있다. 그런데 책을 보던 중, 공연에 적용하면 최적일 듯한 시스템이 보여 소개하려 한다. (아래 내용 중간중간 나오는 페이지 넘버는 '스마트 프라이싱' 내 페이지 넘버이다)

예전의 포스팅에서 현재 공연 업계의 좌석 등급 및 가격 책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http://blog.cuintheb.com/2010/12/opening-party-2-in-b.html ) 너무 많은 VIP석, 좌석 등급의 '이름'이 올라감으로 인하여 올라간 티켓 가격 등.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좌석 등급 및 가격에 대한 불만을 없앨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중 너무나 반가운 내용을 보게 된 것이다.


자동할인 시스템

자동할인 시스템은 날짜가 지나가면 가격이 떨어지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판매를 시작한 후 보름이 지나면 자동으로 25%가 할인되고, 또 일주일이 지나면 원래 가격의 50%가, 또 일주일이 지나면 원래 가격의 75%가 할인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네덜란드식 경매의 일종이다. 네덜란드식 경매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낮은 가격부터 입찰을 하는 보통 경매와는 다르게, 높은 가격에서 낮은 가격으로 진행된다. 네덜란드식 경매 입찰자들은 지금 살 필요는 없지만 기다릴수록 가격이 점점 내려가기 때문에 다른 누군가가 먼저 입찰하여 상품을 들고 나가 버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p.160)

이러한 네덜란드식 경매의 일종인 자동할인 시스템은 모든 사업에 작동하지는 않는다.
자동할인 시스템이 성공적이기 위한 기본 조건 중 첫번째는 희소성의 인식이다. 이러한 희소성의 인식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상품이 한정된 수량과 시간가치를 지녀야 한다. 즉, 남이 먼저 사버리면 내가 살 수 없는 상황과, 어느 일정 시간이 지나면 더이상 가치가 없어지는, 예를 들면 계절상품 같은 상황이 만들어져야 한다.
두 번째 조건은 소비자들이 반드시 그들의 구매와 감정적으로 연관이 있어야 하며, 할인에 기뻐할 수 있도록 정상가격을 알고 있다는 강한 느낌을 갖고 있어야 한다.(p.152)


자동할인 시스템의 적용 예시

뉴욕에 본사를 둔 의류 소매기업인 Syms는 이러한 자동할인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는 회사다. Syms 최고의 고객은 소득수준이 어떻든 간에 유행을 알고, 브랜드 이름에 가치를 부여하지만 그런 옷들이 높게 마크업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Syms의 슬로건이 '교육받은 고객이 우리의 최상의 고객이다'라는 사실은 이러한 점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p.152)

Syms는 여자 옷에만 이러한 시스템을 적용한다. Syms의 여자 옷 가격표에는, 전국적으로 광고되는 가격인 'Syms가격'과 옷이 해당매장에 처음 도착했을 때 매겨진 가격, 그리고 그 이후 10일이 지날 때마다 이전보다 낮아지는 세 개의 가격들이 주어진다. 하지만 남자 옷이나 아이들 옷에는 이러한 시스템을 적용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여자 옷만이 시간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즉, 여자 옷은 계절에 민감하고 유행을 타기 때문에, 옷이 매장에 나오면 시간이 지날 수록 그 가치가 줄어든다. 결국, 유행에 먼저 따라가고 싶은 여자는 남들이 사기 전에 비싼 돈을 주고라도 사려 하고, 유행보다 실속을 챙기는 여자라면 남이 사버려서 내가 살 수 없을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 하면서라도 가격이 내려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래서 가격이 떨어진 후 해당 옷을 사게 되면, 할인된 가격에 샀다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을 활용함으로써, 팔리지 않아 재고로 남게되는 의류의 양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서로 다른 종류의 고객들에게 더욱 큰 만족감을 주는 효과도 얻는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플로리다주 올란도의 호텔리어인 해리스 로젠(Harris Rosen)은 플로리다에서 가장 큰 독자적 호텔회사를 만든 주인공이다. 그는 1974년 정확히 오일파동 시기에 올랜도 호텔을 사게되어 사업을 시작 하자마자 위기를 맞게 되었다. 그 때 그가 떠올린 방식이 자동할인 시스템이다.(p.157)

호텔은 그 특성상 빈 방이 있는 것은 낭비이다. 그래서 로젠은 방이 빈 상태로 오랜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더 떨어지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하룻밤을 온전한 가격으로 빌릴 수 있는 날에서 하루가 지나면 방값은 반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로젠은 다른 경쟁 호텔들의 방 사용률이 80%에 머물 때에도 로젠의 호텔은 90% 이상의 방 사용률이 유지되도록 만들었다.(p.158)


공연과 자동할인 시스템

그럼 이 시스템이 왜 공연에 적합한 것일까?
정확히 말하자면, 좌석 등급이 나눠질 만한 수의 좌석이 있는 공연장에서 이루어지며, 공연장의 크기에 걸맞는 콘텐츠를 가진 공연에 적합하다. 이러한 공연은 자동할인 시스템의 작동 조건에 정확하게 부합한다.

1. 희소성

우선, 좌석 수가 한정되어 있으므로 한정된 수량의 조건을 만족한다.(공연 콘텐츠에 비해 터무니없이 큰 공연장을 잡은 경우는 이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리고, 공연 날짜 이후에는 공연 티켓을 팔 수 없기 때문에 시간적 한정도 있다.

2. 관객

우리 나라의 공연 관객들은 이제 굉장히 많은 공연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공연의 가격이 너무 높다는 의식이 팽배하다. 즉, '브랜드 이름에 가치를 부여하지만 그런 상품들이 높게 마크업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바로 그런 사람들인 것이다.


그럼 공연 티켓 판매 방식에는 어떤 식으로 자동할인 시스템을 적용해야 하는가?

좌석 등급을 없애고 전체 좌석에 자동할인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공연을 좋은 자리에서 보고 싶은 사람들이 먼저 티켓을 사기 시작하면서 좋은 좌석부터 비싼 가격에 팔리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선택 가능한 좋은 좌석이 없어지면서 공연 티켓의 가치는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이렇게 함으로써, 관객들은 부분적으로나마 스스로 가격 결정의 권한을 갖게 되고, 같은 VIP석을 사고도 구석에서 보게되는 폐해를 피할 수 있으며, 티켓 가격에 민감한 사람과 좋은 좌석에 민감한 사람 모두가 만족스러울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된다. 또한, 표가 팔리지 않아 초대권을 뿌려야 하는 사태도 막을 수 있다.

이러한 자동할인 시스템의 또 다른 숨어있는 장점은 더욱 유익하다. 자동할인 시스템은 실질적으로 소매기업이 가격을 어디에 설정해야 할지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 즉, 수요가 흔들리기 시작하는 할인율이 어느 수준인지를 알아내는 것을 상대적으로 쉽게 만들어준다. (p.159) 공연에 이 시스템을 적용하게 되면, 관객들이 생각하는 공연 티켓 가격의 적정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좌석 위치별로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자동할인 시스템은, 일찍 예매할 수록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현재의 공연 티켓 판매 관행과 상당히 대치된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까지의 관행보다 자동할인 시스템이 기획사의 입장에서는 훨씬 더 공격적인 가격 정책이라는 점이다. 미국과 영국 정부가 무선 통신 bandwidth를 팔기 위해 네덜란드식 경매를 사용하였고, 구글도 신규공모주를 발행했을 때 네덜란드식 경매를 활용했다는 점을 상기해 보라.(p.160)

한가지 너무 아쉬운 점은, IN THE B의 앞으로의 프로젝트 중 일반 공연장에서 하는 공연이 당분간 없어, 이 시스템을 활용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언제가 될 지 모르겠다는 점이다.


by chieh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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